녹두꽃의OST는 왜이렇게 슬플까?

https://youtu.be/ap3PBUQJMOE

SBS드라마 '녹두꽃' Original sound track part1. 새야 새야 파랑새야- song by. 포레스텔라

SBS드라마 '녹두꽃'을 아시나요? 얼마전, 아는 교수님께서 이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다고 추천을 하시더라구요. 마침 보는 드라마도 없겠다, 녹두꽃 1화를 틀었습니다. 솔직히 동학농민운동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쉽게 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야나두형님'이 나온다는 말에 팬심으로 틀게 됬죠 :) 그런데, 그냥 아무생각없이 보다가도 포레스텔라가 부른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나오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고, 슬픈마음이 들더라구요. 왜? 도대체 왜? 이 노래만 나오는 부분이면, 코끝이 찡해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가사를 찾아봤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논에 앉지 마라,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밭에 앉지 마라

아랫녘 새는 아래로 가고, 윗녘 새는 위로 가고,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밭에 앉지 마라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밭에 앉지 마라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밭에 앉지 마라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이 노래를 배웠던 기억은 납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동학농민운동 전봉준에 대한 노래라고 해석했던 것도 기억에 나구요. 심지어 녹두장군 전봉준이라는 말도 기억이 납니다. 문제는, 제가 동학농민운동을 잘 모른다는거죠. 분명히 사회시간에 동학이라는 걸 배웠던 기억도 나는데, 제 기억에는 또렷하게 남아있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지 생각을 했는데, 이마를 탁!하고 쳐버렸습니다. 왠만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감정이입을 잘 하게 하려고 '사투리'를 쓰곤하죠.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라도 사투리가 나옵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봉준이 전라도 고창에서 태어난 사람이더라구요. 평생을 전주에서 살면서 들어온 말투와 단어들을 이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이 드라마에 몰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자 일단 이 드라마가 저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를 알았으니, 저 가사가 슬픈 이유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자 이제 가사를 하나하나 파헤쳐 봅시다잉

 


1. 새야 새야 파랑새야

파랑새를 부릅니다. 그것도 세번이나 부릅니다. 얼마나 파랑새를 부르고 싶으면 세번이나 부를까요. 파랑새를 부르는 멜로디도 왜이리 슬플까요. 뭔가 포기한 상태로 파랑새를 부르는 느낌입니다. '나는 이미 늦었어, 그래도 너를 좀 부르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여기서 부르는 파랑새는 누굴까요? 다른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있을 수 없지만, 바라는 꿈을 비유한 것일까요. 파랑새를 청나라군대나 일본군, 혹은 파란군복을 입던 조선관군라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고, 전봉준의 성(全)을 八 + 王으로 나눠 팔왕새라고 불렀다는 해석도 있네요. 그런데 한가지 확실한 건, 여기서 파랑새는 사람들이 꿈같이 바라는 대상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대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2. 녹두 밭에 앉지마라

드라마'녹두꽃'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이, 땅이 퍽퍽해서 자라겠습니까?"
"자랄 것이야. 박토에서도 능히 자라고 종국엔 박토를 기름지게 만드는 것이 녹두니까"

동학군들이 전봉준을 부르는 애칭이 녹두장군이었다고 합니다. 키가작고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녹두라고 불렀다는데,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영양가 없는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녹두의 강함을 빗대어 녹두장군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럼 녹두밭은 전봉준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말할테니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던 동학군들을 말하는 거겠죠. 그럼 녹두꽃은 자연스레 전봉준을 가르키는 것일 테구요.

 

3. 청포장수 울고간다

청포장수는 청포묵을 파는 상인이랍니다. 도토리묵처럼 녹두로 만든 묵을 청포묵이라고 하구요. 그럼 청포장수는 동학농민운동으로 인한 결과를 보게될 사람을 뜻하는 것 같은데, 새로운 세상을 바라던 일반백성을 청포장수라고 부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던 동학에 수많은 기대를 걸었던, 평범한 민중은 녹두꽃이 떨어져서 그런 기대마저 할 수 없는 세상이 되버린것이죠.

 

4. 아랫녘 새는 아래로가고, 윗녘 새는 위로가고

아랫녘새는 일본을, 윗녘 새는 청나라를 말하는걸까요. 서양의 침략이 빈번히 발생했던 이 때, 제발 우리좀 가만히 냅두라고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더 슬퍼지기만 하는 내용의 가사네요. 돈이란 돈은 다뺐기고, 얻어맞고, 당하기만 하는 모습의 사람들을 드라메에서 그립니다만, 그때 그사람들의 마음까지 똑같이 그리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돈 천원이 없어서 물한병도 못사먹을때, 그처럼 구차하고 슬플때가 없는데, 저렇게 모든걸 다 뺐기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지 상상을 할 수 가 없네요. 그 사람들이 그 찢어지는 마음으로 불렀던 저 노래가 슬프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지금은 저 때보다는 나은 때라는 생각에 풍족하지 못한 지금의 생활에 조금 위안은 되네요. 세상에 노래하나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은 또 처음해봅니다.

(SBS드라마 '녹두꽃' 금토드라마 -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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